마이데이터에 핀테크 '웃고' 은행들 '부들부들'…이유는?
마이데이터에 핀테크 '웃고' 은행들 '부들부들'…이유는?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9.06.1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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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개인 간 거래(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 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 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3년차 은행원인 나열공 씨(가명·29)는 최근 경제신문을 보던 중, 금융회사의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개방해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금융위원회가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흥미를 느껴 뉴스를 더 찾아보니 핀테크 회사들이 앞다퉈 마이데이터사업(Mydata·본인정보활용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데이터 3법'을 개정하자고 난리인데 유독 은행만 조용한 것 같다. 은행은 물론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한 보험, 카드사 등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앞장선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왜 정작 금융데이터를 가진 회사들은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난리인 걸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 3법'과 마이데이터 산업의 관계에 대해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빅데이터 관련 법안이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지원사격'으로 다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최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 열린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방안' 오픈행사에 참석해 "데이터경제 3법 시행에 미리 대비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구조도' 또한 마이데이터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최 위원장도 언급한 데이터경제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빅데이터 관련 3법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법의 개정안이 작년 11월 발의된 이후 국회에 오래 표류하고 있는 데다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3법에서 한 글자씩 따와 '개망신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3개 법을 묶어 처리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령이 소관 부처별로 달라 중복규제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사방에 흩어지거나 기존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개방해 '이동권'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의료 정보, 물건 구매 정보 등 광범위한 데이터에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금융위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앞장선다는 것에 비추어봤을 때 '금융 데이터'가 개방될 날은 머지않아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금융정보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핀테크 회사, 학계 등 타 기관 또한 익명화된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관련 기관은 한목소리로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금융데이터를 소비자들에게 파일 형태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현행법은 금융회사들이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강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필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35조는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해당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정보 제공 주체가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의 형태는 사본의 발급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 현행법으로도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법률이 금융회사에 파일 형태의 데이터 제공을 의무로 강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정보에 대하여 열람(사본의 발급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요구할 권리'라고 써 있는데, 여기서 '사본'으로 컴퓨터 파일을 인정할 것인지도 현재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파일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자신들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핀테크 회사나 학계에 적극적으로 공개할 유인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응해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비협조적인 금융회사에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데이터 전송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용정보주체는 금융회사, 정부·공공기관 등에 대해 본인에 관한 개인신용정보를 본인이나 본인 신용정보관리회사, 다른 금융회사 등에 전송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의 전송요구권'을 갖는다.

이를 종합해보면 데이터 3법 개정안은 '금융회사의 데이터 독점'을 일부 견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현행 마이데이터 사업이 정부 지원금 등을 활용해 금융회사의 데이터 개방을 독려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법 개정 후에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해진다. 금융회사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아야 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3법이 도입되면 '금융회사와 핀테크회사의 갑을관계가 바뀌기 때문에 핀테크업계는 찬성하고 기존 금융권은 반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기자의 사견으로는 보다 자유로운 정보 활용이 가능해져 금융회사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던 핀테크회사의 입지가 강해지는 것은 맞지만, 금융회사와의 갑을관계가 바뀐다는 것은 다소 거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현행 금융환경에서 아직 스타트업 규모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핀테크회사가 거대 금융회사의 '갑'이 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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